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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검찰 外高天下(외고천하)… 우리들 세상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13-04-04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법연수원 42기 수료자 45명(경력 변호사 제외)에 대한 신임 검사 임관식이 열렸다. 다음 달에는 군 법무관 전역자 23명이 검사로 임용된다. 이들 68명 중 20% 정도인 13명이 외국어고 출신이고, 과학고 졸업자도 2명이었다. 예전 ‘K1’로 통하던 최고 법조 명문 경기고 출신은 없었다. 검사들의 학맥 지형도가 바뀌었다. 전통의 명문고 출신들이 독과점하던 시대가 1974년 고교 평준화(속칭 뺑뺑이) 조치 이후 서서히 저물었고,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현재는 외고가 검찰 최대 학맥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교 30년이 안 된 대원외고가 113년 역사의 경기고보다 배나 많은 현직 검사를 동문으로 두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검찰 조직이 ‘외고 동문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1’을 대체한 ‘S-F’ 라인=법률신문의 ‘2013년판 한국법조인대관’ 자료에 따르면 현직 검사 1881명(로스쿨 출신 제외)의 출신 고교 순위에서 대원외고가 44명으로 단연 1위였다. 2위 순천고(31명)에 이어 한영외고가 22명으로 경북고, 경기고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전주고와 서울고(각 21명), 휘문고(18명), 진주고(17명)가 뒤를 이었다. 검사 16명이 나온 이화여자외고까지 더하면 상위 10위 내에 외고 3곳이 포함됐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교 여럿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지만 예전 명성에 비하면 쇠퇴 기조가 두드러진다.

2006년 기준 1위는 경기고(38명)였다. 순천고(34명), 경북고(31명), 전주고(26명), 대전고·진주고(각 23명), 광주일고(22명), 서울고(18명), 휘문고(17명), 경복고(16명)가 10위권에 들었다.

21년 전인 1992년에는 전통 명문고 독과점 현상이 더욱 확연하다. 경기고(75명), 경북고(73명), 전주고(38명), 광주일고(34명), 경복고(32명), 대전고(31명), 서울고(30명), 부산고(26명) 등 순이다. 지역 명문고 출신이 전체 검사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으로 올수록 서울의 경복고를 비롯해 광주일고, 부산고, 대전고 등의 이름이 슬그머니 뒤로 밀리고 있다.

고교 평준화 이후 전통 명문고와 일반 고교의 실력 차가 좁혀진 사이 일부 비평준화 지역의 고교들이 그 틈새에서 강세를 보였다가, 영재교육을 표방한 특목고가 등장하면서 ‘법조인 산실’의 자리를 대신하는 흐름이다. 이런 양상은 법원도 동일하다. 현직 판사들의 출신 고교 현황을 보면 대원외고(85명), 한영외고(43명), 명덕외고(39명)가 나란히 1∼3위에 올라 있다. 2008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경기고(33명)는 4위로 내려갔다.

한편 검사들의 출신 지역별 현황을 보면 서울이 456명으로 전체 24.2%를 차지했다. 2006년에도 서울(310명) 출신의 검사가 가장 많았지만 당시 전체 대비 비율은 19.7%였다. 서울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S(서울)-F(외고) 출신 강세는 이미 대세”라고 말했다.

◇“10∼20년 뒤면 외고 시대”=현재와 같이 성적 우수 학생들이 외고로 몰리고, 외고 출신들이 대거 법조인으로 진입하는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면 검사의 ‘외고 쏠림’ 현상은 향후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실제 2000년대 들어 매년 신임 검사 5분의 1 정도가 외고 출신들로 수혈되고 있다. 아직 외고 출신 검사들의 검찰 내 발언권은 그리 세지 않다. 대부분 ‘2, 3학년’(검찰 은어로 첫 임지는 1학년, 그 다음 임지는 2년) 경력의 꿈나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15년 남짓 경력이 쌓인 부장검사 이상의 간부들에서는 여전히 경북고와 전주고 출신이 각 15명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진주고(12명), 광주제일고(11명), 휘문고(10명), 경기고·순천고(각 9명) 등이 받치고 있다. 반면 대원외고의 경우 2회 졸업생인 김윤상(44)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간부로는 유일하다. 다른 외고들 역시 선배보다 후배 검사들이 많은 피라미드형 구조를 보인다. 외고 출신의 한 평검사는 “선배가 후배들을 챙겨주려 해도 너무 많아지다 보니 누구는 챙기고, 누구는 무시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주요 보직이나 승진을 놓고 동창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0∼20년 뒤에는 계층적 동질성이 강한 외고 동문들이 검찰 내 주류가 됐을 때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외고 출신 검사들은 수도권의 괜찮은 집안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공부해 사시를 패스한 경우가 상당수”라며 “불의에 맞서는 야성이 부족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과거처럼 특정 고교 선후배끼리 파벌을 형성하는 상황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른 부장검사는 “(외고 출신들은) 모래알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집단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내 학연 중시 문화도 많이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다. 80∼90년대만 해도 고교 선배 검사들이 동문 후배 중 될성부른 떡잎을 챙겨 ‘로열젤리’를 먹여가며 키웠지만, 요즘은 근무지의 인연이나 평판, 자질을 더 따지는 추세라는 얘기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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